나는 이런 사람이야
주말에 넷플릭스에서 보던 드라마 ‘푸른 눈의 사무라이(Blue Eye Samurai)’ 8부작을 끝냈다. 글로벌 영화 정보 사이트인 IMDb에서 사용자 평점이 10점 만점에 8.8이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Squid Game)의 평점이 8.0인 걸 고려하면 얼마나 높은 점수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보통 7.0이 넘으면 꽤 볼만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명검을 만드는 장인인 검부(Swordfather)가 주인공 미즈에게 이런 말을 한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단 한 가지만 한다는 것이야.
난 좋은 검을 만들 힘을 기르려고 요리를 한다.
좋은 검을 만들려고 경전을 공부해. 마음을 정화하지.
예술가는 가진 모든 것을 예술에 쏟는다. 전체를 말이다.
장인은 오직 좋은 검을 만드는 것만이 중요하다. 다른 모든 것은 이 한 가지 목표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라 아니라, 좋은 검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음식을 요리해서 먹고, 체력도 기른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최근에 다시 보고 있는 책 <제텔카스텐> (숀케 아렌스 저, 김수진 역)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65페이지에 있는 문구다.
의도적으로 하는 것만이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면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여러분이 절대 원고 한 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더라도, 모든 일을 마치 글쓰기 외에 중요한 것은 없다는 듯이 대하는 것만으로도 독서법, 사고방식, 그리고 그 외 다른 지적 기량skill도 모두 향상될 것이다.
숀케 아렌스 교수는 ‘마치 글쓰기 외에 중요한 것은 없다는 듯이’ 마음을 바꾸기만 해도 우리의 지적 능력이 모두 향상될 거라 말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에 대한 힌트는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란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2장 ‘정체성,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비밀’에서는 왜 우리가 나쁜 습관을 그토록 반복하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습관과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행동 변화의 세 단계를 결과(outcome), 과정(process), 정체성(identity)의 세 개의 층으로 나눈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 결과 중심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 살을 빼겠다, 금연하겠다, 책을 내겠다 등과 같은 목표를 설정한다. 과정은 좀 더 나아가 매일 운동하거나, 담배 피우는 개수를 줄이는 등의 노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실패한다.
제임스는 습관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얻고 싶은 결과가 아니라 되고 싶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 말한다. 그는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무엇을’ 또는 ‘어떻게’가 아니라 ‘누구’라는 걸 강조한다.
나는 2019년 인터넷에 있는 글 하나를 보고 이런 변화를 체험했다.
브리아나 위스트(Brianna Wiest)의 “머릿속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면 이 글을 읽어보세요 (Read This If You Feel Like You Can’t Stop Creating Problems In Your Mind)”라는 글이다.
우리가 창조하도록 설계된 존재라고 생각하면 우리의 삶이 달리 보인다. 예를 들어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고통은 나쁜 것이지만 이 인생에서 내가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 고통은 창조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하루하루가 힘들던 시기에 이 글을 보고 아렌스 교수가 말했듯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제임스 클리어가 말한 대로 ‘창조’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의 정체성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후 나는 기분이나 느낌보다는 창조에 집중하며 마음의 고통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매일 ‘창조’ 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다는 듯이 뭘 창조할까 생각했다. 이런 마인드는 블로그를 계속 쓰는 힘을 주었고, 메모하고 쓰며, 네이버 카페와 글쓰기방까지 운영하도록 만들었다.
매일 나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무얼 창조하지?”
짧은 메모, 아이패드에 비주얼 씽킹을 위해 그리는 그림, 옵시디언에 쓰는 데일리 노트, 책을 읽고 하이라이트 하며 쓰는 노트,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창조다. 모든 것이 창의적이 된다. 이젠 막연한 성공을 기대하기보단 일상의 창조를 기대한다.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너무 힘들고 매일이 힘겹고, 변화는 하고 싶지만 변화하지 않는다면 “OO 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다는 듯이” 하나에 집중해 보라. OO에는 글쓰기, 공부, 운동 등 뭐가 들어가도 좋다. 중요한 것은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나는 항상 공부하는 사람이다”, “나는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생각은 안 한다는 듯이 이것에 집중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OO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모든 분야의 기량도 같이 향상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잘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그는 마음의 더 깊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최면을 거는 거다. 이제 OO 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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