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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18, 2019

[분석맨의 독서노트] 추천 도서 - 제노사이드


제목: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저, 김수영 역
읽은 기간: 06/09~06/17/2018


인간은 자신 보다 뛰어난 종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소설은 정말 몇 년만에 읽어본 것 같다. 오마바도 대통령으로 부임한 뒤에는 소설책을 읽지 못했다고 하는데, 난 대통령 처럼 바쁘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소설은 많이 읽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실용도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 위주로 읽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소설은 왠지 레저용, 즐겁게 영화 보듯 읽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이 책 '제노사이드'를 읽고나서 나의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국내에서는 2012년에 출간되어 좀 지난 책이지만, 일본 서점가를 강타하고 각종 상을 받은 화제의 베스트셀러다. 처음엔 별 기대를 갖지 않고 읽다가 그 내용에 빠져들면서 단숨해 읽어버릴 정도로 몰입도와 스케일이 대단하다. 한마디로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 이북(eBook)으로 구입한 책이기도 하다. 한 여름밤, 혹은 추운 한 겨울에 읽으면 그 더위와 추위를 잊고 책속에 쏙 빠져들 것이다. 강력 추천한다!


줄거리
콩고 동부에 살고 있는 피그미족에서 새로운 신종 인류가 탄생한다. 이 인류는 기존 인류의 지성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로, 이의 탄생을 감지한 미국에서는 지금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용병들을 파견하게 된다. 용병들의 임무는 구인류를 제노사이드(대학살) 할 지도 모르는 신인류를 미리 제거하는 것.

나무위키 줄거리 참조


콩고, 일본, 미국을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
이야기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려고 고군분투하는 일본인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 불치병에 걸린 아들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린 피그미족 암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그린베레 출신 미국 용병 '조너선 예거', 미국 정부의 슈나이더 연구소에 소속되어 신인류 암살 작전 네메시즈를 지휘하는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 '아서 루벤스'.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장소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그레고리 번즈 미국 대통령이 있는 미국을 시작으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인 '고가 겐토'와 그의 가장 큰 조력자로 등장하는 한국 유학생 '이정훈'이 있는 일본, 그리고 용병 '조너선 예거'가 팀을 이끌로 떠나는 콩고. 이렇게 세계 각지가 등장하는 장대한 스케일을 가진 스토리다.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디테일한 묘사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와 디테일이 넘치는 묘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자료조사에만 무료 9개월이 걸리고 집필하는데 6년이 걸렸다고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난치병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을 비롯한 의학 및 주인공 고가 겐토의 약학 지식, 미국 백악관, 정부기관, 특수부대 등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등 그 전문성과 방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
처음에 언급했듯이, 재미로 읽는 소설은 시간이 없어서 잘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이 주는 강력한 메시지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 인간의 잔악성은 어디까지인가? 왜 우리 인류는 더 도덕적, 정신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을까? 인류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것은 두려움인가, 사랑인가?


한국인의 '정'을 담고 있는 작가의 인격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점은 ‘공정성’이었다. 여러 제노사이드(대학살)를 작품에서 그리면서 일본인의 과거에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그려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한국 유학생 이정훈의 활약과 한국의 ‘정’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소개 등 한국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다.

반대로 이로인해 일부 일본인들에게는 왜 한국을 찬양 하느냐, 굳이 한국인을 등장시킬 필연성이 없다, 작가의 반일사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 많은 반감을 사기도 했다. 저자도 글을 쓰면서 이런 비판을 예상했겠지만, 이를 감수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냈다는데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싫다네"

"어째서 그렇습니까?"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책의 대화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윌리엄 골딩의《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이 생각이 났다. 이 작품은 198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무인도에 표류된 어린 소년들을 통해서 인간에게 잠재된 악한 본성, 폭력성, 잔악성에 대해서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두 차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작년에 1990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스토리로 인해서 지루하지 않게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과연 인간은 자신 보다 뛰어난 종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그동안 많은 SF 영화나 소설들을 보아도, 인간은 결국 공존보다는 전쟁, 파괴를 택해왔다. 향후 미래를 지배할 인공지능(AI)이든, 외계 생명체든, 혹은 이 책에서 나오는 신인류이든 우리 인류에게 이 '다름'을 받아드릴 수 있는 '용기'와 '사랑'이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작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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