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16, 2020

하늘에 이어 바다 밑 해저마저 장악하고 있는 IT 공룡들

페이스북이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등 세계 최대 통신사업자들과 합작, 해저케이블을 설치한다는 동아사이언스의 기사다.


기사 내용을 몇 줄로 요약해보면,
✓ 해저케이블 길이는 3만7천㎞로 '2아프리카'로 불리며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16개국을 연결하게 된다.
✓ '2아프리카'는 2024년까지 운용에 들어가 아프리카에서 서비스하는 현재 모든 해저케이블 용량의 총합보다 더 많은 용량을 전달할 예정이다.
✓ SNS, 영화 스트리밍 등의 데이터 수요로 최근 해저 케이블의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해저 광케이블 설치 (Source: 해양환경공단 블로그)

아직도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선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그만큼 아프리카 대륙은 인터넷 인프라의 불모지이고 구글, 페이스북, 스페이스X 등은 위성, 드론, 열기구 등을 이용해 아프리카를 포함한 오지에 인터넷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하늘을 장악하려는 IT 공룡들


가장 최근의 성공 사례는, 하늘에 커다란 열기구를 띄워 지상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구글의 ‘프로젝트 룬(Project Loon)’다. 프로젝트는 문샷(Moonshot) 프로젝트로 유명한 구글X팀의 많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시작했다. 구글X 프로젝트들은 향후 20년 이내에 도래할 미래 기술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화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언 맨의 자비스 같은 인공지능 홈시스템, 무인 자동차, 웨어러블 디바이스, 인공지능 같은 것들이다.
룬 이미지 (Source: Wikipedia)

하지만, 구글은 '룬(Loon)'을 자회사로 독립시키더니 올해 4월 케냐 이통사 텔콤 케냐(Telkom Kenya)와의 제휴를 맺고 첫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룬 프로젝트로 인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룬은 향후 페루 아마존 지역, 인도네시아, 프랑스 등 도입 국가를 늘려갈 계획이다.

페이스북도 2014년 아퀼라(Aquila)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한 번 이륙하여 몇 개월간 비행하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42m짜리 대형 태양광 드론을 선보였었다. 2016년에 첫 비행에 성공했으나, 이후 추락, 파손 등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18년 6월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하지만, 2019년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이 항공 거대기업 에어버스와 협력해 호주에서 태양광 드론을 시험하고 있다"고 독일 매체 넷츠폴리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를 보면, 페이스북은 독자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투자보다는, 에어버스와의 협력을 통해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링크 이미지 (Source: Steemit)

반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는 올해 4월 스타링크(Starlink) 위성 60기를 실은 팰콘9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스타링크 위성은 지구 상공 550km 궤도에 올라 스페이스X의 통신 위성 수는 420개로 늘었다. 일론 머스크는 총 1만2000여 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스타링크는 최대 1Gbps 전송속도와 20밀리세컨드(ms)의 빠른 응답속도를 가진 고품질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가입 단말기 100만대를 대상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 허가를 취득했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놓고 보면, 일단 하늘의 승자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로 보인다. 구글이 먼저 열기구를 이용해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상용화되면 더 큰 이익을 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 해저로도 침투하는 IT 공룡들


그동안 해저 광케이블은 통신 사업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워낙 비용 투자가 많은 만큼 각 나라의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함께 참여한다. 즉, 광케이블이 여러 나라를 통과하기 때문에 각국의 통신 사업자들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정도의 통신사가 참여한다.

그런데, 구글이 2008년경 유니티(Unity)라 명명한 해저 광케이블을 시작으로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GAFAM에 속하는 IT 공룡(Big Tech)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니티는 일본과 미국 LA 구간의 대륙 간 횡단 케이블로 9,620km 길이에 9Tbps 용량을 제공한다.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래와 같이 IT 공룡들이 소유하고 있는 광케이블 길이를 보면, 구글의 경우 벌써 10만 km를 넘었다. 참고로 한국, 일본, 중국, 대만과 미국을 잊는 TPE 대륙 횡단 케이블의 경우, 길이가 약 17,700km(11,000마일)이다. 2018년 9월에 업데이트된 BroadbandNow의 자료를 보면, 구글이 가장 긴 케이블을 소유하고 있고, 2위는 페이스북, 이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순이다. 구글이 이미 전 세계 해저 광케이블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니 놀랍다!
IT 공룡이 소유한 해저 광케이블의 길이 이미지 (Source: BroadbandNow)

구글은 심지어 컨소시엄이 아닌 독자적인 private 케이블도 4개나 된다. 마리 퀴리(Marie Curie) 부인의 이름을 따라 지은 퀴리 케이블은 구글 단독으로 설치한 것으로 LA와 칠레(Chile)를 잇는 6,200mile(약 9,980km) 길이에 72Tbps 용량이다. 칠레로 직접 연결되는 최초이자 최대의 단일 광케이블이다. 미국 LA의 이퀴닉스(Equinix) LA4 데이터센터가 이 케이블의 육양국이다.

* '육양국(Cable Landing Station)'이란 해변에 설치되는 통신국사로, 바다 밑으로 건설되는 해저케이블을 육지로 끌어올려 지상의 통신망과 연결해주는 곳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GAFAM(Big Tech)의 주요 기업들이 모두 해저 광케이블 사업에 뛰어드는 걸까?
이유는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이다. 최적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지연(latency)을 최소화해야 한다. 구글(Google)은 GCP, 아마존(Amazon)은 AW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Azure 라는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가트너에서 발표한 최근 클라우드 트렌드 하나를 보면 알 수 있다.

"2023년까지 리더 그룹에 속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은 저지연(low-latency)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TM 기기만큼 많이 분산된 환경을 갖출 것이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은 관련 글: 2020년 클라우드 도입에 영향을 주는 4가지 트렌드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 담당 부사장 밴 트레이너(Ben Treynor)도 “클라우드 사업을 호주, 남미와 같은 국경, 대륙을 넘어 확장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을 때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컨소시엄 형태의 케이블 사업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직접 투자를 원한다.

구글이 무서운 점은, 통신 사업자·ISP 사업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과거 닷컴 버블로 인해 통신 사업자가 헐값으로 내놓은 다크 파이버(dark fiber)를 사들여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고속의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었다. 구글이 빠른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최적의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이런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있는 한 친구와 얘기해보면, 네이버의 경쟁상대는 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이 더 이상 아니다. 이미 IT 시장은 검색을 넘어, 동영상, 자율주행, 통신(5G),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클라우드 등 소위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을 통해 국경과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가 바로 '클라우드'이고, 이 클라우드를 받쳐주는 것이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광케이블)이다.

네이버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을 통해 2017년 4월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네이버도 이미 일본·싱가포르·홍콩·미국·독일 등 해외 5개국에서 6개 리전을 운영 중이지만, 규모, 인재, 투자 등 모든 면에서 GAFAM 기업과 경쟁하기엔 너무나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해저 광케이블의 경우, 한국이 지리적으로 불리한 점도 있다. 미국에서 오는 대륙 간 해저 광케이블의 경우, 한국을 배제하고 일본을 거쳐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를 경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해저 광케이블이 일본은 대부분 거쳐 가지만 한국은 지나치는 경우도 꽤 많다.
Google Network (Soure: Google Blog)

구글 클라우드 제품 사이트에 나와 있는 'Google Network'을 봐도 구글 네트워크(파란색 선)에서 한국은 빠져있다. 
아래 사이트를 가면, 전 세계 해저 광케이블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지도상에 보여준다.
https://www.submarinecablemap.com/


[분석맨의 상상] 스노든이 노출한 NSA 1급 비밀지도


이제 광케이블과 연관된 보안과 도청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필자가 오래전 한국에 있을 때, 태안에 있는 육양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엔 부산 송정, 거제도, 충남 태안, 제주도 등 4곳에 육양국이 있다. 태안은 중국과 가까워 중국과의 통신과 인터넷 트래픽이 늘면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국제 통신 관문으로 부상한 곳이다. 해저 광케이블은 보통 지진에 의해 손상을 입지만 여러 경로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해외로 오가는 인터넷 트래픽이 느려지게 된다. 한국은 해저 케이블 수리 선박이 없어서 일본이나 다른 국가의 수리 선박을 임대해서 수리한다. 한번 임대하는데 1억원 이상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안다.

태안 육양국을 방문했을 때 자세히 살펴보니 보안이 생각보다 허술했다. 경비와 보안 시스템이 있지만, 일반 회사의 보안 수준으로 보였다. 물론, 해저 광케이블은 기간 통신망 국가기반 시설로 지정돼 있다. 국가정보원 직원이 시설 관리 상태, 유지보수 상태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질문했을 때, 비상시 관할 경찰서나 국가정보원에 연락한다고 하지만 적국의 군 특수부대 등이 점령한 경우나 비밀리에 도청하는 경우에는 소용없는 일이다.

실제로 해저 케이블 도청은 미소 냉전 시대부터 있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 이야기이다. 1971년 미국 해군 원자력 잠수함 USS핼리벗(USS Halibut)은 러시아 항구 도시로 유명한 오호츠크(Okhotsk)해에 침입한다. 바로 CIA, NSA, 미 해군 합작의 '아이비 벨(Ivy Bells)' 작전이다. 목표는 캄차카반도에 있는 소련 해군 기지와 소련군 태평양 함대를 지휘하는 블라디보스토크 본부 간 통화 내용을 가로채는 것이었다.

당시는 70년대라 구리선(copper)이 해저 통신케이블로 사용되었다. 수심 120m 해저에 소련이 사용하던 해저케이블을 발견한 미국은 방수 처리한 도청기를 해저케이블에 설치한다. 이후 10년 동안 매달 도청기에 기록된 통화 내용을 회수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저장했다.

이 도청 작전이 끝나게 된 이유는, 1981년 개인 부채에 허덕이던 NSA 소속 전 직원 로널드 펠턴(Ronald Pelton)가 소련 KGB에 3만 5,0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아이비벨 전략에 대한 정보를 넘겼기 때문이다. 소련 해군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오호츠크해를 조사하고 해저에서 도청기를 발견한 뒤 회수했다. 당시 발견된 도청기는 현재 모스크바의 국가보안위원회(KGB) 박물관에 진열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추가로 원자력잠수함 USS빠르체(USS Parche)를 통해, 북극해 내 바렌츠해(Barents Sea)에 소련이 설치한 해저케이블을 도청했다. 이 도청기는 1992년까지 발견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실행됐다. 현재 미국은 원자력잠수함인 지미카터호(USS SSN_23)를 통해 해저 비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미카터 호에는 해저케이블을 도청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전 NSA 직원이 에드워드 스노든이 몇 년 전 영국 가디언에 공개한 기밀 서류에는 영국과 미국 첩보기관이 200개 이상 해저케이블을 도청하고 있는 사실이 나와 있다. 인터넷을 비밀리에 감시하는 ‘프리즘(PRISM)’과 더불어, ‘업스트림(Upstream)’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이다. 업스트림은 정보가 오가는 광케이블에서 인터넷 트래픽을 가로채기 때문에 통신의 메타데이터와 내용 모두를 수집할 수 있다. 이외에도 '특수정보원 작전(SSO)'이라고 명명한 다른 작전을 통해 ISP의 광케이블과 라우터를 통한 인터넷 도·감청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스노든의 7일간의 ‘폭로’ 작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Citizenfour)’의 국내 개봉이 있을 때, 스노든과 위성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때 스노든은 한국도 NSA의 감청 국가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NSA의 비밀 1급 비밀지도에 도청하는 국가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소위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로 불리는 동맹국 즉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는 Tier1 협력 국가로 더 광범위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진다. 한국의 경우, 어느 지점에서 도청을 허용하고 얼마만큼 허용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광케이블은 특성상, 데이터의 1%만 추출해도 전체 100%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거의 모든 데이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 광케이블 도청 장비는 시중에서도 10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고, 휴대도 간편하다.


* 참고 자료 및 출처
우리나라가 외국과 인터넷이 가능한 이유, 해저 광케이블 (해양환경공단 블로그)
페이스북의 드론 인터넷 프로젝트 포기하고 팀 해체 (더기어)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 60대 추가 발사… 로켓 회수 성공 (아주경제)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 본궤도 올랐다 (디지털투데이)
위성인터넷 시대 한 발 더 성큼…스타링크 위성 60기 세 번째로 하늘 날았다 (동아사이언스)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 위해 해저 광케이블 3개 추가 (더기어)
네이버 "구글·아마존과 클라우드 경쟁…국내 시장 내주지 않겠다"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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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NSA 감청대상에 한국도 당연 포함" (조선일보)
수백개 위성, 바다 밑 광케이블, 인터넷 서버까지… 도처에 ‘감시의 눈’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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