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WHO 공식 명칭, '코비드-19(COVID-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감염자가 중국, 한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않은 상황이라 좀 안전하다고 생각되던 상황이 최근 캘리포니아 등에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이런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 내 바이러스 확산이 불가피하다(inevitable)고 언급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참고: 각국 코로나 바이러스 실시간 상황판
▶ 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가별 감염 현황을 실시간 업데이트해주고 있는 상황판https://coronaboard.kr/
▶ 한국 코로나 맵: https://coronamap.site/
▶ 구글 Coronavirus map (source: Wikipedia)
▶ 미국 Wikipedia
▶ 미국 존스홉킨스: Coronavirus COVID-19 Global Cases by Johns Hopkins CSSE
▶ 미국 nCoV2019 (고등학생이 만듬): https://ncov2019.live/data
▶ Worldometers: COVID-19 CORONAVIRUS OUTBREAK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oronavirus: the new disease Covid-19 explained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에선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있고, 심지어 사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미국에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거의 보기 힘들다.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해서, 미국에선 왜 의료진 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지에 대해서 블로그에 정리해본다.
필자가 사는 산타클라라 카운티에도 벌써 9명의 확진자가 생겨서 불안감이 커지고 COSTCO와 한인 마트에는 생필품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런대도, 마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시안들이 많다. 회사에 마스크를 쓰고 가고 싶어도 아무도 쓰고 있질 않아서 꺼려진다. 내가 마스크를 하고 가면 아마도 십중팔구 집에서 쉬지 뭐하러 나왔냐고 할 거다. 이렇듯 미국 회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의 직장 문화가 한국과 다르게 아프면 집에서 쉬거나 재택근무할 수 있는 문화가 근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전염병을 관리하는 질병관리본부(Control Disease Center‧CDC)는 마스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CDC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자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아래와 같은 ‘해야 할 일’ 세 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일’ 세 가지를 발표했다. (2019-nCoV: What the public should do -> PDF)
해야 할 일(What you should do)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에 귀를 기울여라.
2. 손씻기 등 감염 전파 예방을 위한 위생 수칙을 잘 지켜라.
3. 감염이 의심될 경우 의료기관을 찾기 전에 전화를 걸어라.
하지 말아야 할 일(What you should not do)
1. 중국으로 여행가지 마라.
2. 마스크를 쓰지 마라.
3. 아시아계에 대해 편견을 보이지 말고, 바이러스에 걸릴 가능성이 많다고 가정하지 마라.
또한,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국장인 낸시 메소니에 박사는 "우리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라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미국 CDC가 이 수칙을 제시한 이유를 Amesh Adalja(Health Security Center)의 주장을 통해 요약해 보면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안면 마스크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서두르게 되면 마스크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료 제공자)이 마스크를 얻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 인해 오히려 현실과 다른 허구적인 안전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CDC가 마스크를 권장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실제 아마존에서 인기 있는 마스크는 이미 품절 사태이다. 이는 실제 생활에서는 착용하지 않더라도 비상용으로 구매를 하고 있거나 미국 내 아시아인이 구입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선 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회·문화적인 이유에서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경우로 강도나 유괴범 등이 마스크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호흡기 질환 등 아주 심한 병을 앓고 있다고 인식한다.
실제로 미국에선 마스크를 쓰거나 심지어 모자가 달린 후드 옷을 금지하고 있는 주들이 있다. 이를 '복면금지법(Anti-mask law)'이라고 한다. 실제로 사유지에 실수로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다가 강도로 오인해 총을 맞는 사례도 많다.
마스크 착용 금지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1845년 미국 뉴욕에서 지주와 소작농이 충돌한 사건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금지됐다. 뉴욕에서만이 아니라 오하이오, 앨라배마, 캘리포니아, 워싱턴DC, 플로리다, 버지니아, 매사추세츠 등 약 15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금지되었다. 잠재적 범죄 예상과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마스크 착용 금지법이 폐기되었는데, 이는 이란계 미국인이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새 이란 지도자들에 반대하는 시위를 할 때 신원이 드러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 금지법에 저항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발생한 마스크 관련 또 다른 사건이 있다. 1999년 KKK(Ku Klux Klan)의 분파인 American Knights가 퍼레이드를 하려 했으나, 뉴욕시 경찰이 American Knights가 행진하는 동안 KKK의 상징인 마스크(하얀 복면)를 쓰려고 하자 복면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퍼레이드를 불허했다. 이에 American Knights는 뉴욕주의 복면금지법은 자신들의 수정 헌법 제1조상의 표현의 자유(The First Amendment rights to freedom of speech)를 침해한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동 법원은 뉴욕주의 복면금지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한다. 복면금지법이 역사적으로 폭력을 방지하고 범법자에 대한 체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American Knights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마스크 착용은 원래 재채기 등을 통해 자신에게서 나오는 호흡기 비말(침방울)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CDC에서는 비말 감염이 가능한 밀집된 거리를 3~6 feet(약 1m~1.828m)로, 한국에서는 약 1~2m로 안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관습적으로 사람 간에 1m 이상의 거리를 기본적으로 유지한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1m 이하의 거리로 근접할 경우, 미국인은 위협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미국인은 어렸을 때부터 기침할 때는 손이 아니라,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처럼 손으로 막거나 해서 손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아주 적을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수칙'에 '기침할 땐 옷소매 가리기'가 들어가 있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이 활발하지 이유를 다시 요약하면, 얼굴을 가린 사람을 경계하는 사회·문화적 인식과 기본적으로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비말(침방울) 감염의 영향이 적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많은 지역이 한국 주요 도시와 다르게 인구 밀집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낮은 측면도 있다.
만약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면, 아래 참고 자료의
링크를 참조하여 올바르게 사용하길 권한다. 부디, 전 세계의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지나가고 감염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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